“같은 그룹 계열사끼리 상표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줬을 뿐인데, 세무서가 수억 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연결납세제도를 적용받는 법인이라면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피할 수 있을까요? 계열사 상표 무료 사용 사건

사실관계 요약
원고 주식회사 A는 자신이 보유한 상표권을 계열사들에게 무상으로 사용하게 허락하였습니다. 과세관청인 남대문세무서장은 이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서 정상적인 사용료를 수취하지 않은 행위, 즉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으로 보아 2017. 2. 9. 원고에 대하여 2011~2013 사업연도 법인세 합계 약 4억 8,600만 원 및 가산세 약 2억 6,100만 원의 부과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서울행정법원 2024. 3. 19. 선고 2017구합75187 판결)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피고 세무서장이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25. 1. 22.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5. 1. 22. 선고 2024누39235 판결).
쟁점 정리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연결납세제도 적용 법인에게도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이 적용되는가?
원고는 연결납세제도의 적용을 받는 법인이므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되는지 판단하기에 앞서 피고가 먼저 원고에게 조세부담 감소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연결납세제도 하에서는 계열사 간 거래가 연결법인세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조세부담 감소 자체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법인세법 제76조의8).
둘째, 상표권 무상 사용 허락 행위가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인 ‘재화’의 제공에 해당하는가?
원고는 2021. 2. 17.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신설된 제88조 제1항 제6호 단서 다목(연결법인 간 용역 제공의 경우 부당행위계산 부인 배제)을 근거로, 연결납세방식 적용 법인 간 거래에는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 다목).

판시 내용
가. 연결납세제도와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관계
법원은 연결납세제도의 적용을 받는 법인이라 하더라도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 거래할 때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 거래 방식을 벗어나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경우, 과세관청이 이를 부인하고 정상적인 거래를 기준으로 소득금액을 재계산하는 제도입니다 (법인세법 제52조 제1항;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2두9995 판결 법인세부과처분취소; 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3두9893 판결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법원은 어떠한 거래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는 곧 원고 소득에 대한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서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연결납세제도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거래의 비정상성이 인정되면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7. 2. 14. 선고 95누13296 판결 종합소득세부과처분취소; 대법원 1999. 1. 29. 선고 97누15821 판결 특별부가세부과처분취소).
나. 신설 단서 다목의 적용 범위 — ‘용역’에 한정
원고는 2021년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신설된 제88조 제1항 제6호 단서 다목을 근거로 연결법인 간 거래에는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배척하였습니다. 신설된 단서 다목은 연결법인 간에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에 한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적용이 배제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 다목).
법원은 상표권의 무상 사용 허락 행위는 ‘용역’이 아닌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로 ① 부가가치세법상 상표권의 사용 허락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로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는 점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호, 동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②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령에 따르더라도 상표권의 사용 허락은 재화인 ‘무형자산’의 거래에 해당하는 점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 나목)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신설된 단서 다목은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고, 원고의 상표권 무상 사용 허락 행위는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됩니다.
다. 피고의 시가 산정 방법에 대한 판단
피고는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두31570, 31587 판결을 근거로 광고선전비를 공제한 금액에 일정 사용요율을 곱하여 산정한 상표권 사용료가 정당한 시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된 시가는 Q회계법인이 ‘브랜드정책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며 이익접근법을 통해 산정한 사용료율을 활용한 것으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참고가 될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유지하였습니다.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① 연결납세제도는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방패가 되지 않습니다.
연결납세제도를 적용받는다고 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의 적용이 자동으로 배제되지 않습니다.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경우라면 연결납세 여부와 무관하게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됩니다 (법인세법 제52조 제1항). 다만, 2021년 시행령 개정으로 연결법인 간 용역 제공의 경우에는 일정 요건 하에 적용이 배제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 다목).
② ‘재화’와 ‘용역’의 구분이 세금 결과를 바꿉니다.
신설된 단서 다목은 ‘용역’ 제공에만 적용됩니다. 상표권·특허권 등 무형자산의 사용 허락은 ‘재화’의 공급으로 분류되어 단서 다목의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계열사 간 지식재산권 거래 시 재화와 용역의 구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호, 동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③ 시가 산정 방법은 사안별로 달리 판단됩니다.
부당행위계산 부인에서 시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산정되어야 하며, 다른 사건에서 인정된 산정 방식이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1999. 1. 29. 선고 97누15821 판결 특별부가세부과처분취소). 상표권 사용료의 시가 산정은 브랜드 가치 평가 방법론, 업종 특성, 거래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계열사 간 거래, ‘무상’이 항상 절세는 아닙니다
그룹 내 계열사끼리 상표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주는 관행은 기업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그러한 관행이 수억 원의 법인세 추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특히 연결납세제도를 적용받는 기업 그룹이라면, 계열사 간 지식재산권 거래 시 ① 해당 거래가 재화인지 용역인지, ② 시행령 단서 요건을 충족하는지, ③ 정상 사용료 수준은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계열사 간 거래라도 ‘정상가격’이 원칙입니다. 무상 또는 저가 거래는 언제든 과세관청의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이 판결이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서울고등법원 2025. 1. 22. 선고 2024누39235 판결, 법인세법 제52조 제1항,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