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 내가 만든 영화의 저작권이 상대방 단독 명의로 등록되어 있다면? 계약을 해제하고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영화 저작권 원상회복 사례
1970년대 제작된 극장 영화의 감독이 약 20년 만에 저작권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계약 해제는 인정됐지만, 수익금 반환 청구는 기각됐고, 피고의 동시이행항변은 일부만 받아들여졌습니다. 저작권 계약 해제 후 원상회복의 범위와 동시이행항변의 한계를 정면으로 다룬 이 판결,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1970년대 제작된 극장 영화 ‘D'(이하 ‘이 사건 제1 저작물’) 및 이와 관련된 미술저작물(이하 ‘이 사건 제2 저작물’)의 감독이자 저작자입니다. 망 E은 위 저작물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인력·장비 등을 공급한 영화제작자이며, F는 망 E의 배우자이자 유일한 상속인입니다.
원고와 망 E은 2006. 2. 7. 피고 주식회사 B의 전신인 G와 사이에 ‘저작권 공동 소유 및 독점사업권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① 피고가 원고와 F에게 총 4억 원을 지급하고, ② 영화사업 및 영화사업 이외의 사업에서 발생하는 순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며, ③ 이 사건 제1, 2 저작물에 관하여 원고, F 및 피고 공동 명의로 저작권 등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피고는 2006. 7. 4. 이 사건 제1, 2 저작물에 관하여 한국저작권위원회에 피고 단독 명의로 저작권이전등록을 마쳤고, 2018. 11. 23.에는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에 관하여 주식회사 P에게 채권액 3억 7,000만 원의 질권을 설정하여 주었습니다.
원고와 F는 2022. 11. 28. 피고에게 계약 위반 사항의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2022. 12. 14. 이 사건 계약의 해제 의사표시가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① 이 사건 제1, 2 저작물 중 각 1/2 지분에 관한 저작권이전등록절차의 이행과 ② 수익금 1억 원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가. 이 사건 계약의 해제 여부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2항에서 정한 공동 명의 저작권 등록 의무를 위반하여 피고 단독 명의로 저작권이전등록을 마친 것이 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나.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 — 수익금 반환 청구의 가부
이 사건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피고가 원고에게 수익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또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미지급 수익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다. 피고의 동시이행항변 — 기지급 계약금·잔금 및 수익금 반환 청구의 인정 범위
피고의 저작권이전등록절차 이행의무와 원고의 기지급 계약금·잔금 반환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이 사건 계약서 제14조 제2항(“피고의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피고는 기지급된 금액을 원고에게 청구할 수 없다”)이 계약 ‘해제’의 경우에도 적용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민법 제536조, 제548조, 제549조).

3. 판시 내용
가. 이 사건 계약의 해제 인정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2항은 이 사건 제1, 2 저작물에 관하여 원고, F 및 피고 공동 명의로 저작권 등록을 할 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2006. 7. 4. 피고 단독 명의로 저작권이전등록을 마쳤습니다.
- 원고와 F가 2022. 11. 28.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원고와 F가 2022. 12. 14. 해제 의사표시가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피고에게 도달하였습니다.
- 피고는 원고와 F가 피고 단독 명의 저작권 등록에 동의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원고와 F가 상당 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계약은 원고와 F의 해제 의사표시가 담긴 2022. 12. 14. 자 내용증명이 피고에게 도달함으로써 적법하게 해제되었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나. 수익금 지급 청구 기각
법원은 원고의 수익금 지급 청구를 다음과 같이 기각하였습니다.
“피고가 이 사건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2 저작물로 인한 수익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원고의 청구를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미지급 수익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선해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은 해제로 소급하여 소멸하였으므로 계약에 따른 수익금 지급을 구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계약 해제의 소급효로 인해 계약상 채권 자체가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다. 피고의 동시이행항변 — 일부 인정
법원은 피고의 동시이행항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① 기지급 계약금 및 잔금 반환 청구 인정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한 계약금 48,350,000원 및 잔금 82,196,000원, 합계 130,546,000원의 반환을 구하는 동시이행항변을 인정하였습니다. 계약 해제 시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원상회복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제549조).
② 수익금 반환 청구 불인정
피고는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Q을 통해 수익금을 정산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원고 또는 F가 Q에게 수익금 정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성립도 부정하였는데, 피고가 수익금 정산 당시 원고 또는 F 명의의 위임장을 제공받은 바 없고, 대리권 수여 여부를 직접 확인한 바도 없으며, 수익금 수령에 관한 영수증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Q이 대리권을 가진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③ 이 사건 계약서 제14조 제2항의 적용 범위
원고는 이 사건 계약서 제14조 제2항(“피고의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피고는 기지급된 금액을 원고에게 청구할 수 없다”)을 근거로 피고의 동시이행항변이 이유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 조항이 계약 ‘해지’의 경우에 관한 규정이고, 이 사건은 계약 ‘해제’에 해당하므로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계약 해제와 해지는 그 효력이 다르며, 해제는 소급효가 있는 반면 해지는 장래에 향하여 효력이 소멸하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제550조).

4. 핵심 포인트
가. 저작권 계약에서 공동 명의 등록 의무 위반은 계약 해제 사유
이 판결은 저작권 계약에서 공동 명의 저작권 등록 의무가 계약의 핵심 조항임을 확인하였습니다. 피고가 계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공동 명의 등록 의무를 위반하여 단독 명의로 등록한 행위는 계약 해제 사유에 해당합니다. 저작권 관련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저작권 등록 명의에 관한 조항을 명확히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법적 효과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계약 해제의 원상회복 범위 — 수익금은 원상회복 대상이 아니다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은 계약에 기하여 이미 이행된 급부를 반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548조 제1항).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계약금·잔금은 원상회복의 대상이 되지만, 계약 존속 중 발생한 수익금은 원상회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또한 계약이 해제로 소급하여 소멸하였으므로 계약상 채권인 미지급 수익금 청구도 불가능합니다. 이는 계약 해제의 소급효가 갖는 중요한 실무적 함의입니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37892 판결).
다. ‘해제’와 ‘해지’의 구별 — 계약서 작성 시 용어 선택의 중요성
이 판결에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서 제14조 제2항(“피고의 귀책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을 근거로 피고의 동시이행항변을 배제하려 하였으나, 법원은 이 사건이 ‘해제’에 해당하므로 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계약 해제는 소급효가 있어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고, 계약 해지는 장래에 향하여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양자는 법적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계약서 작성 시 ‘해제’와 ‘해지’를 명확히 구별하여 사용하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은 법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 표현대리 성립의 엄격한 요건 — 위임장·확인 절차의 중요성
법원은 피고가 Q을 원고의 대리인으로 믿고 수익금을 지급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① 위임장을 제공받지 않았고, ② 대리권 수여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으며, ③ 수익금 수령 영수증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표현대리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거액의 수익금을 제3자에게 지급할 때는 반드시 위임장 수령, 본인 직접 확인, 영수증 작성 등의 절차를 거쳐야 표현대리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 저작권 계약, ‘등록 명의’와 ‘해제·해지 구별’이 핵심입니다
이 판결은 저작권 계약 실무에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두 가지 교훈을 남깁니다. 첫째, 저작권 등록 명의에 관한 계약 조항은 계약의 핵심 의무이며, 이를 위반하면 계약 해제 사유가 됩니다. 둘째, 계약서에서 ‘해제’와 ‘해지’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으면 의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 지속되는 저작권 관련 계약에서는 수익금 정산 방법, 저작권 등록 명의, 계약 종료 시 원상회복의 범위 등을 계약서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