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종료 후 그림 판매-미성년 작가의 저작권·초상권 침해

“계약은 끝났는데, 왜 아직도 제 그림으로 물건을 팔고 있나요?”-계약 종료 후 저작권, 초상권**


어린 나이에 자신의 그림과 시로 기업과 저작권이용계약을 맺은 미성년 작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회사는 그 작품으로 만든 상품을 계속 팔고, 작가의 사진을 동의 없이 쇼핑몰 광고에 올리고, 심지어 작품을 이용해 간판까지 만들었습니다. 회사의 사내이사는 저작권 침해 물건인 재고를 넘겨받아 보관하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당연히 사용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이 판결은 저작권이용계약 종료 후 발생하는 침해 행위의 유형별 손해배상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나아가 저작권 침해 물건을 ‘알면서도’ 보관하는 행위 자체가 저작권 침해가 된다는 점을 확인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계약 종료 후 그림 판매-저작권 초상권
계약 종료 후 그림 판매-저작권 초상권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A는 그림과 시의 저작권자이자 미성년자로, 법정대리인인 부모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D(이하 ‘피고 회사’)는 원고와 저작권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의 작품을 이용하여 러그, 이불커버, 담요 등 지정상품을 생산·판매한 회사이며, 피고 E는 2023년 3월 28일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자입니다.

원고와 원고의 어머니 C은 2021년 1월 14일 피고 회사와 저작권이용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계약금 200만 원과 상품 판매금액의 10%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피고 회사가 로열티 지급 및 판매목록·판매량 전달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원고 측은 2022년 9월 26일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계약 종료 의사를 통보하였고, 이 사건 저작권이용계약은 2022년 10월 말경 종료되었습니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계약 종료 이후에도 ①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정상품을 계속 홍보하고, ② 인터파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지정상품을 판매하면서 원고의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하였으며, ③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그림과 시를 이용하여 간판을 제작·설치하고 계속 사용하였습니다. 피고 E는 피고 회사로부터 저작권 침해 물건인 재고를 넘겨받아 보관하면서 일부를 지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3,601만 원, 피고 E를 상대로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피고 회사에 대하여 1,201만 원, 피고 E에 대하여 300만 원을 각각 인정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네 가지였습니다.

가. 계약 종료 후 지정상품 판매에 따른 로열티 상당 손해배상이 인정되는가?

피고 회사가 저작권이용계약 종료 이후에도 지정상품을 계속 판매한 행위에 대하여, 계약상 로열티 비율(10%)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나. 동의 없이 원고의 사진을 쇼핑몰 광고에 사용한 행위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는가?

피고 회사가 원고의 허락 없이 원고의 사진을 인터파크 온라인 쇼핑몰 판매 게시글에 사용한 행위가 초상권 및 성명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위자료 액수가 얼마인지가 두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다. 계약 종료 후 저작물을 광고 및 간판에 무단 사용한 행위에 대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적용이 가능한가?

원고는 다른 회사와의 계약에서 정액 사용료 800만~9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근거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주장하였는데, 이것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세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라. 저작권 침해 물건임을 알면서 보관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가?

피고 E가 경찰 조사 이후 지정상품이 저작권 침해 물건임을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반환하거나 파기하지 않고 계속 보관한 행위가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2호의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가 네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계약 종료 후.그림 판매
계약 종료 후.그림 판매

3. 판시 내용

가. 로열티 상당 손해배상 — 601만 원 인정

법원은 피고 회사의 2022년도 및 2023년도 총 매출액 합계 60,179,099원이 모두 지정상품 판매에 따른 매출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저작권이용계약에서 상품 판매대금의 10%를 로열티로 정하였던 점을 근거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6,017,909원(= 60,179,099원 × 10%)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초상권 침해 — 위자료 200만 원 인정

법원은 초상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다.”

법원은 피고 회사가 원고의 허락 없이 원고의 사진을 인터파크 쇼핑몰 판매 게시글에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미성년자인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계약 종료 이후에도 상당 기간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위자료를 200만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다. 저작권 침해(광고·간판) — 제125조 제2항 불적용, 제126조에 의해 각 200만 원 인정

법원은 원고가 다른 회사와 정액 사용료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 사건 저작권이용계약은 계약금과 로열티로 구분된 구조여서 통상의 사용료가 정액으로 고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로열티 상당 손해배상을 별도로 구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적용을 거부하였습니다.

대신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침해행위의 태양 및 기간, 침해된 저작물 개수, 현재 침해행위가 종료된 점 등을 종합하여 광고 무단 사용에 대하여 200만 원, 간판 무단 제작·사용에 대하여 200만 원을 각각 인정하였습니다.

라. 피고 E의 저작권 침해 — 300만 원 인정

법원은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2호에 관하여, 피고 E가 경찰 조사 이후 지정상품이 저작권 침해 물건임을 충분히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파기하거나 원고에게 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는 점, 소송 중 반환하겠다고 하였다가 이를 번복한 점, 보관 중인 지정상품의 수량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하여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E의 저작권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300만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내용
계약 종료 후 로열티 청구저작권이용계약 종료 후 판매 행위에 대해서도 계약상 로열티 비율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 산정 가능
초상권의 헌법적 보호초상권은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 — 동의 없는 상업적 사용은 불법행위 성립
제125조 제2항의 한계정액 사용료 계약 사례가 있더라도, 해당 저작물의 통상 사용료 구조가 정액이 아닌 경우 제125조 제2항 적용 어려움
제126조의 재량적 손해액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침해 태양·기간·저작물 수 등을 종합하여 상당한 손해액 결정
저작권 침해 물건의 보관저작권 침해 물건임을 알면서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저작권 침해로 간주
‘알게 된 이후’의 책임경찰 조사 등을 통해 침해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반환·파기하지 않으면 그 시점부터 고의 침해 책임 발생 가능
초상권 변호사 법무법인 경세 김정민
초상권 변호사 법무법인 경세 김정민

계약이 끝난 순간, 저작물 사용도 끝납니다

이 판결은 저작권이용계약을 맺는 모든 당사자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계약이 종료되면 저작물 사용 권한도 함께 소멸합니다. 재고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간판을 교체하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홍보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것은 모두 저작권 침해입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사내이사 피고 E의 책임입니다. 직접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판매하지 않았더라도, 침해 물건임을 알면서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였습니다. “몰랐다”는 항변은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자라면 계약 종료 시 상대방에게 저작물 사용 중단, 재고 반환 또는 파기, 홍보물 삭제를 명확히 요구하고 이를 서면으로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업이라면 계약 종료 즉시 관련 저작물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내부 절차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 판결처럼, 사소한 방치가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