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블로그 허위 비방 글-업무방해·데이터베이스·편집저작물, 세 가지 청구의 희비

“경쟁사 직원이 수년간 수백 회에 걸쳐 우리 제품을 비방하는 허위 글을 올렸습니다(블로그 허위 비방 글 작성). 데이터베이스도 무단으로 복제했고, 앱 화면 디자인도 베꼈습니다. 손해배상 4억 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얼마를 인정했을까요?” 결과는 1,500만 원이었습니다. 청구액의 약 4%만 인용된 이 판결, 무엇이 인정되고 무엇이 기각되었는지 – 그리고 왜 그랬는지를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블로그 허위 비방 글에 대해 3가지 청구-업무방해
블로그 허위 비방 글에 대해 3가지 청구-업무방해

사실관계 요약

원고 주식회사 A는 ‘E’라는 상표를 사용한 어학 및 교과학습기를 제조·판매하는 회사입니다.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회사’)는 ‘F’라는 상표를 사용한 경쟁 학습기를 제조·판매하는 회사이고, 피고 C은 피고 회사의 대표자, 피고 D는 피고 회사의 판매담당자입니다.

① 피고 D의 업무방해

피고 D는 2016. 3. 7.경부터 2017. 1. 22.경까지 네이버 블로그·카페 등에서 11개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총 51회에 걸쳐 원고 학습기에 대한 허위사실(‘원고 학습기는 그림으로만 단어를 암기하도록 한다.’, ‘원고는 중고제품을 사용한다.’)을 유포하여 원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확정되었습니다.

② 소외 H의 업무방해

피고 회사의 직원 H은 2017. 12. 30.부터 2020. 2. 25.까지 네이버 블로그·카페 등에서 13개 아이디를 이용하여 총 182회에 걸쳐 일반 소비자를 가장하여 원고 학습기를 비방하거나 피고 학습기가 더 좋다는 취지의 비교 글을 게시하였고, 이에 대하여 벌금 500만 원의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H은 수사 과정에서 피고 C의 네이버 아이디를 빌려 일부 게시 글을 작성하였다고 진술하였습니다.

③ 데이터베이스 및 UI 관련 청구

원고는 자사 학습 앱(I 앱, J 앱)의 주제별 단어·문장·필수표현 목록(이하 ‘원고 DB’)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고, 피고 회사가 이를 무단 복제하여 피고 학습기에 탑재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원고 앱의 UI(그림, 레이아웃, 디자인)가 편집저작물에 해당하고 피고 앱의 UI가 이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 2. 13. 업무방해 불법행위 부분만 일부 인용하고, 데이터베이스 및 UI 관련 청구는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1가합541917 판결).

쟁점 정리

첫째, 피고 D 및 H의 업무방해 불법행위에 대하여 피고 회사와 피고 C이 사용자책임 또는 방조책임을 부담하는가?

피고 회사는 피고 D가 자신의 직원이 아니라 광고대행을 일임한 개인사업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고, 피고 C은 H의 업무방해 행위를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민법 제756조, 제760조 제3항).

둘째, 원고 DB가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고,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는가?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원고 DB가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그리고 원고가 상당한 투자를 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20호, 제93조 제1항).

셋째, 원고 앱의 UI가 편집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갖추고 있고, 피고 앱의 UI와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가?

편집저작물은 소재의 선택·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8호). 기능적·실용적 목적의 UI에 편집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도13556 판결 참조).

넷째, 원고 DB 및 UI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는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제5조)

경쟁사 업무방해_2021가합541917
경쟁사 업무방해_2021가합541917

판시 내용

가. 업무방해 불법행위 – 일부 인정

① 피고 D의 불법행위 및 피고 회사의 사용자책임 인정

법원은 피고 D에 대한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실을 근거로 피고 D의 업무방해 불법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민사재판에서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43430 판결 참조).

피고 회사에 대해서는, 피고 D가 피고 회사의 사무실에서 피고 회사의 노트북·컴퓨터를 통하여 게시 글을 작성하였고, 피고 회사와 동일한 상표명의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며 피고 회사 제품의 광고촬영에도 관여하는 등 피고 회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 D가 사실상 피고 회사를 위하여 그 지휘·감독 아래 사업을 집행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아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민법 제756조).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는 반드시 유효한 고용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지 않고, 사실상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지휘·감독 아래 그 의사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관계에 있을 때에도 인정됩니다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4다27425 판결 참조).

② 피고 C의 H에 대한 방조책임 인정

법원은 피고 D의 약식명령이 발령된 이후에는 피고 C이 피고 회사 직원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럼에도 H이 피고 C의 아이디를 빌려 게시 글을 작성하였으므로, 피고 C은 H의 업무방해 행위를 고의 또는 과실로 묵인하거나 용이하게 하였다고 보아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 반면 피고 D의 업무방해에 대한 피고 C의 방조책임은, 피고 C이 피고 D의 행위를 인식하였거나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하였습니다.

③ 손해액 산정 —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적용

법원은 적극적 손해(광고비 5,000만 원 이상 추가 지출)와 소극적 손해(영업이익 2,500만 원 이상 감소)에 대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업무방해 행위 기간 동안 원고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오히려 증가하거나 감소 원인이 다양하였고, 게시 글의 조회수도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법원은 재산적 손해의 발생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이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하여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피고 D의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5,000,000원, H의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10,000,000원을 각각 손해액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는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불법행위가 가해진 이후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고, 그 손해액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습니다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25695 판결).

법인인 원고의 정신적 손해 주장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의 경우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습니다.

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 권리 침해 – 불인정

법원은 원고 DB가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 DB의 영어 단어·문장·표현들은 학습 목적에 따라 주제별로 분류된 것이고, 특정 단어·문장에 개별적으로 접근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분류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원고 앱에는 특정 단어·문장을 검색하는 기능이 없고, 사용자들이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학습할 수밖에 없어 개별 소재에 임의로 접근하는 것이 제한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정상조, 『저작권법 주해』, 박영사(2007년), 920-921면)

설령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맨먼쓰 방식의 투입 비용 산정 자료는 앱 전체 개발 비용에 해당할 뿐 DB 제작에 투입한 비용을 특정할 수 없어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20호). (정상조, 『저작권법 주해』, 박영사(2007년), 907-909면)

다. 편집저작물 복제권 침해 – 불인정

법원은 원고 앱의 UI가 편집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 앱의 UI는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므로, 기능·실용적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용도나 기능 자체, 사용자의 이해 편의성 등에 의하여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인화면, 개별 학습주제 화면, 퀴즈 화면, 말하기 화면, 알파벳 학습 화면 등 원고 앱의 각 UI는 기존의 다른 학습 프로그램에서 흔히 사용되던 UI와 동일하거나 이를 단순 변형한 것으로 보여 소재의 선택·배열·구성이 진부하거나 통상적인 편집방법에 의한 것이어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8호;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도13556 판결 참조).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학습 순서나 학습 방법(Listen → Speak → Think 등)은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였습니다.

라. 부정경쟁방지법 (파)목 부정경쟁행위 – 불인정

법원은 원고 DB 및 UI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 DB는 시중의 다른 영어 교재나 학습 앱과 크게 다르지 않고, 원고 UI는 기존 학습 프로그램에서 흔히 사용되던 UI를 그대로 적용하거나 단순 변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제5조; 대법원 2022. 6. 16.자 2019마6625 결정 참조).

핵심 포인트 –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① 사실상의 고용관계도 사용자책임의 근거가 됩니다.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은 유효한 고용계약이 없더라도, 사실상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되면 성립합니다 (민법 제756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4다27425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 D는 공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였으나, 피고 회사의 사무실·장비를 사용하고 피고 회사 제품의 광고에 관여하는 등 실질적 관계가 인정되어 사용자책임이 부과되었습니다.

② 대표자가 아이디를 빌려준 것만으로도 방조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피고 C은 H에게 자신의 네이버 아이디를 빌려주었고, 이미 유사한 업무방해 사건으로 약식명령이 발령된 이후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피고 C이 H의 업무방해 행위를 고의 또는 과실로 방조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 대표자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예견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방조한 경우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합니다.

③ 학습 앱의 단어·문장 목록은 ‘검색 가능성’이 없으면 데이터베이스가 아닙니다.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는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구성하고 개별적으로 접근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9호). 학습 목적으로 순차적으로 제시되는 단어·문장 목록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데이터베이스제작자 권리를 주장하려면 검색 기능의 존재와 상당한 투자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20호). (정상조, 『저작권법 주해』, 박영사(2007년), 920-921면)

④ 기능적 UI의 창작성은 매우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학습 방법 자체는 아이디어입니다.

학습 앱의 UI는 기능·실용적 목적이 주된 것이므로, 편집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기존 UI와 구별되는 독창적인 소재의 선택·배열·구성이 있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8호;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도13556 판결 참조). 특히 학습 순서나 학습 방법은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손해액 입증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손해액 증명이 곤란한 경우 법원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손해 발생 자체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25695 판결).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마치며 – 4억 원을 청구해서 1,500만 원을 받은 이유

이 판결은 지식재산권 소송에서 청구액과 인용액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업무방해 불법행위는 형사 유죄판결을 근거로 인정되었지만, 손해액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법원이 재량으로 인정한 금액은 청구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였습니다.

데이터베이스 권리와 편집저작물 복제권 침해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학습 앱의 단어 목록이 데이터베이스가 되려면 검색 기능이 있어야 하고, UI가 편집저작물이 되려면 기존 UI와 구별되는 창작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습 방법 자체는 아이디어일 뿐,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소송에서 이기는 것과 원하는 만큼 배상받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손해액 입증 전략이 소송 전략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