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소스코드 영업비밀이 될 수 있을까?

“퇴사하면서 게임 소스코드를 빼돌렸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수년간 공들여 개발 중이던 게임이 있습니다. 출시를 앞두고 핵심 개발자가 갑자기 퇴사하더니, 얼마 후 놀랍도록 유사한 게임이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소스코드 영업비밀 분쟁
알고 보니 그 개발자는 퇴사 전부터 회사 서버의 소스코드를 자신의 개인 서버로 자동 전송되도록 설정해두었고, 동료들을 집단으로 데려가 경쟁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게임 개발 정보도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이 판결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합니다. 그리고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무려 85억 원을 초과한다고 판시하여 게임 업계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게임 개발 소스코드 영업비밀
게임 개발 소스코드 영업비밀

1. 사실관계 요약

원고 주식회사 A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제작 및 배포업을 영위하는 게임회사입니다. 원고는 2020년 8월경 ‘F’ 게임 프로젝트에 착수하였고, 2021년 11월경 얼리 액세스 방식으로 출시할 예정이었습니다.

피고 C는 원고의 F 프로젝트 디렉터로 근무하다가 징계해고되었고, 피고 D는 F 프로젝트 파트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B는 피고 C와 D가 피고 D를 대표자로 하여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피고 C는 2021년 4월경부터 원고 서버 내에 빌드 파일이 생성되면 해당 빌드 파일이 FTP(File Transfer Protocol)를 통해 자동으로 자신의 개인 서버로 전송되도록 설정하는 방법으로 F 프로젝트 관련 소스코드 등을 유출하였습니다.

피고 C, D 등은 2021년 9월 3일 ‘E’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2023년 8월 8일 얼리 액세스 방식으로 E 게임을 출시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2024년 6월 8일부터 복수의 플랫폼 스토어에서 E 게임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① 저작재산권 침해, ② 영업비밀 침해, ③ 부정경쟁방지법 (파)목 부정경쟁행위, ④ 민법상 일반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 및 침해금지를 청구하였습니다.

2.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가. F 게임 관련 파일 자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가?

피고 C가 개인 서버로 유출한 F 프로젝트 관련 소스코드, 빌드 파일, 에디터, 데이터소스 등 각종 파일들이 영업비밀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해당 정보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나. F 게임의 기획 정보(구성요소 및 그 조합)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보호기간은 얼마인가?

F 게임에 구현되었거나 구현될 예정이었던 게임의 구성요소 및 그 조합이라는 정보 자체가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건(비밀관리성·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을 충족하는지, 그리고 영업비밀로 인정되더라도 그 보호기간이 언제까지인지가 두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다. (파)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가?

원고가 주장한 ‘F 게임 개발과 관련된 결과물 일체’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에서 정한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는지가 세 번째 쟁점이었습니다.

게임 개발 소스코드 영업비밀 분쟁
게임 개발 소스코드 영업비밀 분쟁

3. 판시 내용

가. F 게임 파일 — 특정 불충분으로 영업비밀 불인정 (1심)

법원은 F 게임 관련 파일들에 대하여, 파일명과 분류 외에 개별 파일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F 파일이 다른 정보와 구별될 수 있고 어떤 내용에 관한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영업비밀 해당성을 부정하였습니다.

다만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5. 12. 4. 선고 2025나206557)에서는 1심과 달리 F 게임 파일 자체도 폭넓게 영업비밀로 인정하였습니다.

나. F 게임 정보 — 영업비밀 인정, 보호기간은 퇴직 후 2년

법원은 F 게임의 구성요소 및 그 조합에 해당하는 ‘F 정보’에 대하여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건을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① 비밀관리성: 최근 게임 업계는 국내외 여러 게임회사들이 매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신규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신규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내용 등에 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원고의 생활 보안지침 및 복무지침은 소속 사원들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비밀관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② 비공지성 및 경제적 유용성: F 영업비밀 정보에 포함된 게임 구성요소의 구체적 내용 및 그 조합은 선행 게임에서 확인되지 않는 내용으로 판단되며, 원고는 F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규모의 자금과 인력을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였습니다.

③ 영업비밀 보호기간: 법원은 F 정보의 영업비밀로서의 보호기간을 피고 C, D가 원고를 퇴직한 때로부터 2년 정도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변론종결일 현재는 그 보호기간이 훨씬 경과하여 원고의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침해예방 청구권은 모두 소멸하였다고 보았습니다.

④ 손해배상액: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동하여 원고에게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손해액을 산정하면 원고의 손해액은 85억 원을 초과함이 명백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2년 6개월로 보았으나, 영업비밀의 기여도 15%를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57억 원 상당으로 감액하였습니다.

다. (파)목 부정경쟁행위 — 불인정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21. 6. 30.까지 진행된 F 게임 및 기획자료 등 F 게임 개발과 관련된 결과물 일체’가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파)목 부정경쟁행위 주장을 기각하였습니다.

4. 핵심 포인트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내용
게임 정보의 영업비밀 인정게임 구성요소의 구체적 내용 및 그 조합이 선행 게임에 없는 독창적 내용이고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진 경우 영업비밀 인정 가능
비밀관리성의 판단게임 업계의 치열한 경쟁 환경을 고려하여 보안지침·복무지침상 비밀유지의무 부여만으로도 비밀관리성 인정
영업비밀 특정의 중요성파일명·분류만으로는 부족하고 개별 파일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영업비밀로 인정 (1심 기준)
영업비밀 보호기간1심은 퇴직 후 2년, 항소심은 2년 6개월로 판단 — 보호기간 경과 후에는 침해금지·예방 청구권 소멸
손해배상액 산정1심 85억 원 초과 → 항소심에서 영업비밀 기여도 15% 반영하여 57억 원으로 감액
FTP 자동 전송의 법적 위험퇴사 전 회사 서버 파일을 개인 서버로 자동 전송되도록 설정하는 행위는 명백한 영업비밀 침해 행위
(파)목과 영업비밀의 관계영업비밀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파)목 부정경쟁행위는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며, 두 청구는 독립적으로 판단됨
컴퓨터 전공 코딩하는 김정민 변호사
컴퓨터 전공 코딩하는 김정민 변호사

게임 정보는 회사의 자산입니다, 퇴사할 때 두고 가세요

이 판결은 게임 업계 전체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개발 중인 게임의 기획 정보, 구성요소, 소스코드는 모두 회사의 영업비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이라도, 그 안에 담긴 독창적인 구성요소와 조합은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이 판결을 계기로 보안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단순한 복무지침상 비밀유지의무 부여만으로도 비밀관리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더 확실한 보호를 위해서는 핵심 파일에 대한 접근 권한 제한, 외부 전송 차단 시스템, 퇴직 시 자료 반환 절차 등을 갖추어야 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퇴사하면서 회사 서버의 파일을 개인 서버로 옮기는 행위는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가져갈 수 있어도, 회사의 데이터는 두고 가야 합니다. 이 판결이 그 경계를 분명히 그어주고 있습니다.